아 힘들다.
몸과 마음이. 몸이 더욱.
4시 53분. 결국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았다.
무얼 주절거리자고 이리 앉았을꼬.

10시 40분에 현지가 자기 시작했다.
씻고 머리말리고 인터넷을 좀 하다 12시 반 즈음 눈을 붙였다.
2시에 현지가 울었다. 수유를 하고 2시 반에 눈을 감았다.
3시 45분 현지가 다시 울었다. 왤케 일찍 깨나 싶어 기저귀를 보았다. 안쌌다.
몸이 무거워 공갈젖꼭지를 물려본다. 계속 운다. 
두시간도 안돼서 젖을 또 줘야하나하고 무거운 몸을 움직여볼라는데 옆에 신랑님이 손으로 등을 떠민다.
기분이 왈칵 상해 왜 미냐고 쏘아부치고 젖을 물린다.
신랑님은 이내 코를 골며 잠에 빠진다.
4시 15분. 젖을 뺄 의지가 없는 현지에게서 젖을 빼고 다시 자리에 눕히고 눈을 감아본다.

오라는 잠은 안오고 잡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시 5시 반이 되면 일어나서 신랑님 밥을 몽유환자인양 주섬주섬 준비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겠지?
그리고 7시 쯤 현지에게 다시 수유를 해야하겠지? 그러고 8시가 되기전에 현지는 눈을 뜨겠지..
이런 생각을 하니.. 다시 한시간남짓 후에 일어나야한다는 사실에 너무 자고 싶은 마음에.. 서글픔에.. 힘든 몸에.. 더 많은 잡념들이 찾아오고 눈물도 함께 찾아온다.
한껏 흐느끼고 있으니 왜 우냐고 묻는다. 
나는 답을 못하겠다. 나도 모르겠다.

일단은 몸이 힘들어서이다.
새벽수유는 더 간격이 좁아지고 잠은 부족하다.
신랑님은 새해를 맞아 아침을 달라고 한지 이틀. 어차피 부족한 잠이고 나도 먼길 출퇴근하는 신랑님 아침 챙겨주고 싶어 해보자하는데... 생각보다 여파가 크다.
두시간자고 한시간반자고 다시 한시간반자고 하루를 보내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낮잠자면 되지않냐고 하는 말에 토달고 항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바꿔서 해보지 않는 이상 알겠는가.
어젠 운전하고 집에 오는 길에 머리가 띵하고 졸리웠다.

에어로빅과 요가 둘다 재밌고 즐겁다.
운동을 하는 건 참 좋다. 오로시 나만으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이런 시간을 주는 신랑님이 고맙다. 비록 갈때마다 빨리오라하고 500그람 빼고 오라고 편치않은 말들을 하지만.
그렇지만 이렇게 나 운동하자고.. 현지는 점점 늦게 잔다. 점점 11시 가까운 시간에 자는 현지가 안타깝고 미안하다.
운동하자고 얼음처럼 차가운 밤공기를 자전거타고 가르며 헬스장을 향하는 마음이 좋기도하고 편치 않기도 하다.

마음도 힘이 든다.
계속되는 혹평에 이젠 가스불에 냄비 올리기가 두려워져가고 있다.
나름 맛나게 먹을 거리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이젠 자신감 하나 없는 주부가 되었다.
속 빈 당근과 채찍으로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내 기분 눈치보며 건네는 속 빈 당근은 채찍이나 진배없으니.
잠은 부족하고 청소와 빨래 현지 이유식에 둘이만 있으면 혼자 안놀겠다고 징징대는 현지에..
반찬하는 일은 언제나 우선순위에 밀려 안하게 된다. 식사는 엄마가 챙겨준 것들로 말그대로 연명하는 셈이고.
더 바지런해져서 잘 챙겨먹어야하는데.. 자신감은 줄어들고 몸은 피곤하니 더 하기싫고..

머릿 속에 할 말이 엄청 많았었는데 글로는 제대로 나오질 않는구나.
요즘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 건가.
괜히 더 서글프고 우울하고 욱하고.
난 힘든데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더 잘하길 강요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나 들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는 이런 생각들을 하는 내가 너무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고.
위로받고 싶은 신랑은 반찬이며 아침이며 챙겨줘야하는 부담주는 존재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가족들도 친구들도 좋은 사람들 가득한데 이렇게 징징거리는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새벽에 궁상맞게 눈물 흘리다가 잡념에 이기지 못해 여기다 너저분하게 쏟아내는 내가 제일 한심한 것 같다.

아침이 되면 눈부신 햇살이 넘어 들어오듯.
현지가 깨면 또 햇살처럼 나를 깨우겠지.
비록 짧겠지만.. 남은 시간 푹 자보자.
부끄럽지만 여기에 팍 쏟아냈으니 후---- 하고 자면 잠이 오겠지. 
Posted by H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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