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아내를 와이프라고 부르는 사람이 참 많다. 언제부터 우리말에 와이프란 단어가 자리매김한 걸까.

왜 좋은 우리말을 두고 와이프라 할까. 혹시 모국어가 영어라 아내라는 우리말이 나오기 전에 wife 가 먼저 나오는건가. 그렇다면 이해가 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태반이다. 실제로 wife라고 말하는(발음하는) 게 아니고 와이프라고 말하니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가끔 실수!를 한다. 하도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그런가. 다른 사람들도 주변에서 듣다보니 그렇게 된건가??

그래도 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 신랑한테는 강요한다. ㅎㅎ 회사나 집 밖에서 나를 아내라고 해달라고. 한국어로 말하는데 와이프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물론 영어로 말할 때는 wife 가 되겠지만 ^^

영어가 우리말을 잡아먹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카메라대신 사진기라하면 어색한 시절이 온 것처럼 언젠가 아내라는 말이 어색한 때가 올까 우려스럽다. 아들 딸 여보 삼촌 이모 그 많은 가족 호칭 중에 유일하게 영어로 불리워지는 아내. 왜 남자들은 집 밖에서 자신의 아내를 아내라 하지 못하나. 아니 안하나? 부끄러운걸까? 아내라 부르면 공처가나 애처가의 느낌이 나는 걸까? 만약 그런거라면 그게 싫은 걸까? 묻고 싶다. 그러나 참는다. 난 따지듯이 물어보는 특기가 있으므로 참아야한다. ㅎㅎㅎ
아내라는 말 대신 집사람이나 안사람 혹은 같이 사는 친구라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와이프라하는 거보다 이만배 낫다. 아니지 나은 정도가 아니라 비교대상이 안 되는 것이리라.

난 아내라는 말이 아름답고 따스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도. 물론 와이프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그렇지만 한국말로 아내라고 발음할 때의 느낌은 한국어를 말하는 중에 와이프라고 발음하는 것과는 확연하게 더 좋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난 그래서 자신의 아내를 아내라고 부르는 남자들을 좋게 보는 편견이 있다. 그 반대는 역시 안타깝게 보는 편견이 있고. 내가 유난스러운 것일 수 있다. 보통 아내들은 남편이 밖에서 자신을 뭐라 부르든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난 쓰인다.

글쎄다.. 모를일이다. 언젠가 아내 대신 와이프가, 남편 대신 허즈가 사용될 날이 올른지도. 허즈가 쓰일 날은 요원해 보인다만.
아주 오래 전부터 해 온 생각이지만 실제 아내가 되고 보니 더 자주 드는 생각이고해서 곧 다가올 한글날을 염두에 두고 몇 자 적어본다. 적어도 몇 번이라도 더 많이 와이프대신 아내라고 말해주는 남자들이 조금이라도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지지 않고, 현지도 현지의 딸도 남편이 아내라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Posted by H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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