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린 떠나기로 결심했다.
내년 봄 미세먼지가 오기 전에 가는게 좋겠어.
이왕이면 현지를 소규모 시골학교에 보내면 좋겠어.
그럴려면 전학하지 않고 입학부터 보내는게 좋겠지.
그럼 역시 내년 2월에는 가는게 좋겠어.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아빠도 육아휴직이 엄마처럼 1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엄마랑 아빠랑 나눠서 1년을 쓰는 걸로 알고 있었다.
우와! 그러면 애가 둘이니 2년을 쓸 수 있는거다!
육아휴직은 사직서의 다른 표현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떠나기로 결심한 것.. 사직보다는 휴직이 완충기간이 되어주니 완전 굿이지.
그래.. 10년넘게 쉬지도 않고 회사를 다니는 내 남편아..
1년 인생에서는 짧은 시간이니 안식년이라 생각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삼을수 있다.
좋다 좋다..
근데.. 제주에 가서 뭐해먹고 살지??
이런 제목부터 시작해서 연관된 책들이 무수히 많았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날라와서 남편이랑 읽어댔다.
제주이민물결이 벌써 몇년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야그를 읽으니 나도 그 물결에 쓸려가는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좀 늦은 감이 있는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내 인생 타이밍은 내가 정하는거니까.
40에 가는건 딱 좋은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제주살이 시골살이를 찾다보니 시골, 귀농, 원래 마음에 두고 있었던 반농반X가 줄줄이 꼬리를 물고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그러다.. [시골의 발견]이라는 6차산업에 대한 책을 보고.. 우린 현혹되었다.
장미빛상상이 마구 되었다.
그래.. 나는 농사를 짓고 싶다.
요즘 농사는 돈도 안되고 고되다고들 하는데..
아무도 안하려고도 하는데..
나는 왜 하고싶냐.. 난 참 왜 그를까..
엄마가 농사의 달인이라 그 피가 내게 흐르는 걸까.
인류 본성에 숨어있는 농작의 욕구가 내게만 좀 더 피어나는 걸까.
여튼 농사에 가공서비스업까지 더한 6차 산업은 매력적인 사업방향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뭐가 될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머지않은 미래에 소규모라도.. 해낼 수 있지않을까하는 희망이 솟구쳤다.
살면서 하고싶은 일을.. 지금 생활환경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을 든다.
나 말고 내 남편..
1년정도 쉬면서 이것저것 도전해보면 하고픈 일이 찾아지지않을까?
내 남편은 하고싶은건 몰까.
돈벌기 위해서 하는게 아닌 하고싶어서 하는 일을 찾으면 좋겠는데..
처자식을 생각하면 돈부터 떠오르게 되는게 가장인걸까.
그간.. 농사에 시큰둥했던 남편은.. 농장주에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귀농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