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브이백 자연출산기
지난 오월이었던가.
샛별이 임신 후반기.. 대략 27주?26주?
우울함이 극을 치닫고 있을 때였다.
남편과 대화도 안되고.. 이러다 우울증 상담을 받으러 가야겠다 싶을 즈음..
소바리가 빌려준 태아성장보고서를 새벽마다 읽었다.
매일 새벽마다 잠이 안와서 눈이 떠졌기때문에.. 독서를 하기로 한게 정말 잘한 일인게지..
책이 재밌었다. 샛별이한테는 태교라고 할 것도 없이.. 매일 우울해하기만 해서 너무나 미안했지만 더욱 미안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 말미에 젠틀버스(gentle birth)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젠틀하게 출산하자는 운동단체?였던가.
새벽에 컴터를 켜고 검색에 나섰다. 분당어디에 뭐가 있는데.. 가정집이 사무실인가.. 흠..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본 댓글에 자출가모에 가면 더 많은 정보가 있다는 걸 발견.
자출가모가 뭐냐며.....
다시 검색.. 오호라.. 까페이름 줄임말이구나. 자연출산가족모임..
일단 가입..
등업전에 보이는 글만 일단 열심히 섭렵...
오호라.. 이런 신세계가..
브이백도 모자라.. 자연출산이라는 것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심봉사 눈 뜨듯이.
그날부터.. 매일매일 까페를 드나들며.. 책도 사고.. 열심히 정보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수술하는 것보다 백만원정도 더 드는데.. 나 하고 싶다고. 하다가 안되면 수술하면 되니 처음부터 수술하는 것보다 낫다고.
남편은 할 수 있겠냐고 했다. 힘들텐데 괜찮겠냐고. 내가 한다면 지지해준다고 했다.
난 왠지 잘 할 것 같다는 다들 말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내 힘으로 아이를 낳고 낳자마자 내 맨가슴에 올리는 그걸.. 그 캥거루케어를 진짜진짜진짜진짜(굿닥터 시온이느낌으로..) 하고 싶었다.
그 장면만 상상하면 웃음이 얼굴에 저절로 피면서 너무너무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하기로 하고..
언제나 진료때마다.. "수술할꺼지? 그냥 수술해~"라고 말씀하시는 분당제일병원의 선생님에게 안녕을 고했다. 혼자서. ㅎㅎ
회사를 그만다니게 돼서 병원을 옮긴다고 하고 필요한 서류를 떼고는 빠이빠이를 했다.
그리고 나를 받아줄? 우리 샛별이가 탄생할 병원을 찾아나섰다.
처음 간 곳은 동탄제일병원. 새로 자연출산센터가 생겼다고. 가격도 좋고 시설도 좋다고..
가깝진 않지만 차를 몰고 갔다. 상담도 잘 해주시는 의사쌤 좋다 맘에 든다.
그때까지 태반이 아래쪽에 있다고 걱정을 받았었는데 의사쌤이 태반이 위로 와서 제자리를 잡았다고 다행이라고 하신다. 오예. 이제 진짜 가는거다. 전치태반 아니면 뭐가 자연출산을 막을쏘냐.
그러나 의사쌤.. 브이백이라하니 브이백은 유도분만을 해야한단다.
안타깝다.
자연출산센터도 둘러보았다.
그리 아늑해보이지는 않는다. 침대도 병실의 그것과 다르지않다.
실망을 가득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검색을 열심히 하다보니 브이백으로 자주 걸리는? 청담동에 있는 연앤네이쳐를 가보기로 했다.
역시 청담동은 너무 멀다. 차도 너무 막힌다. 가면서 느낀다.. 여기서 애 낳기는 힘들겠는걸.. 언제 오나.. 싶은 느낌. ㅎㅎ
병원에 도착하니 수원촌녀.. 너무 감격스럽게? 럭셔리하다.. 간호사들도 너무 친절하고 좋다.
그런데 너무 오래 기다려서 만난 의사쌤은 완전 실망스럽게도.. 부정적인 말씀만 잔뜩하고.. 나의 사기를 퐉.. 꺾어놓았다.
나는 당신을 다시는 보지 않을것이오.. 라고 혼자 마음으로 되뇌이고.. 병원을 떠났다.
(2013.09.16)
결국 교대에 있는 메디플라워를 가봐야하나. 다큐에 나와서 너무 유명할 것 같아.. 엄두가 안났다. 사람도 너무 많을 것 같았고.. 전화해도 연결이 잘 안됐다. 그래서 예약도 없이 휴가내고 오전에 갔더니 사람도 없고 한산하니 좋았다. 병원 분위기도 좋았고 간호사분들도 왠지 맘에 들었다. ㅎㅎ
유명하신 정원장님이 아닌 아리따운 강원장님과 진료를 했다. 참 따듯하고 좋았다. 이렇게 늦게 찾아온 내게 안된다는 한마디 안하시고 차분하고 친절하게 상담해주셨다. 병원을 나서는데 기분이 좋고 희망이 뭉개뭉개 피어남을 느꼈다.
출산기는 올라오는 족족 읽고 이것저것 검색질도 많이 하고 그러는 나날들..
그러다 발견한 기통맘조산원 후기.. 상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칭찬일색인가싶어 의심스럽기까진 후기에 빠져서.. ㅎㅎ
서울간 김에 들렀었다. 그런데 상담해준 둘라선생님.. 너무 좋다. 근 한시간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주고받고..
시설도 참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완전 좋았다. 오픈이벤트 기간이기도 했었고.. 고민고민된다.
일단 병원은 메디로 가기로 신랑과 합의를 봤다. 조산원을 가더라도 병원진료는 가야하니깐..
근데 출산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쎄다. 제왕절개하는거랑 비교하면 백조금 넘게 차이가 난다. 돈 백에 나는 엄청 행복해질거야.. 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런데 왠걸..
샛별이가 거꾸로 있다. 현지랑 같이..
그것도 역아중에서도 좀 더 어렵다는 다리가 아래로 쏙 박힌 자세. 에혀..
역아확인하고 병원을 나서던 때 차안에서 눈물이 퐁퐁퐁 났다.
난 왜 하나도 그냥 가는게 없냐. 왜이렇게 힘드냐.. 그래도 운전을 해야하니 눈물 사이사이로 정신차리면서 귀가를 했다.
현지때 너무 많이 해서 힘들지도 않았던 고양이자세 또 시작..
근데 현지때도 소용없었던 고양이자세였기때문에 뭔가 희망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믿자고 믿으면 샛별이가 제대로 돌아서줄거라고 생각하자고 되뇌이고되뇌이려고 노력했다.
기통맘조산원에 대한 미련이 없어지질 않아서.. -_-;;;;
산전맛사지만이라도 받자는 생각으로 다시 연락을 드렸다. 출산계약금이 산전맛사지 요금인 셈. 출산하러 가지 않으면 따로 추가요금이 나오지 않았다. 쏘굿..
전화드려서 역아라는 얘기를 하니 식이요법에 대해 말씀해주신다. 어라? 먹는거랑 역아랑 뭔상관??
처음엔 어이없었지만.. 상담받고.. 일단 해보기로 했다. 기통식 식이요법대로 먹고 하라는 운동(발목돌리기)만 하면 되는 거.. 손해볼 게 없다. 일일이 기록하자면 너무 오래 걸리겠지..
조산원에 산전맛사지를 받겠다고 열심히 다녔다 수원 집에서 방이역 조산원까지 한시간걸린다. 자가운전으로.. 피곤한 막산임신녀는 그래도 열심히 다녔다 다섯번인가 간듯.. 이벤트 당첨된 것 까지 합쳐서. ㅎㅎㅎ
그렇게 다니면서.. 둘라쌤과 조산사쌤을 만나면서 역아를 돌렸다. 식이요법과 운동덕분이겠지??
도서관에서 빌린 <몸과 마음을 살리는 기적의 상상치유>라는 책을 단숨에 읽은 날. 왠지 다음날 샛별이가 두위로 돌아설것같은 희망이 쏟아졌다. 그냥 무작정 그렇게 믿기로 했다. 책에서 하라는 대로 아기가 제대로 자세를 잡은 이미지를 찾아서 핸드폰에 넣어두고 폰 켤때마다 봤다. 그리고 믿었다. 그렇게 며칠 후에 조산원에 가니 아기가 거의 제대로 자세를 잡았다고. 조금만 더 돌면 된다고. 완전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에 병원에 가서 초음파로 확인했다.
감격이다 ㅜ.ㅜ
브이백.. 기다려 내가 간다. 이제 둔위가아니고 두위라고~ 제대로라고~~ 음하하
자연출산하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믿기만 하면 될거라는 정말 근거없는 자신감이 마구 생겼다. ㅎㅎㅎ
병원 교육에서 받은 진통경감맛사지도 신랑한테 맨날 졸라서 받고..
임산부 요가도 열심히 다니고..
현지 어린이집가고 나면 이완연습한다고 히프노버딩CD에 있는 이완음악도 들으며 누워있다가 잠들기도 하고..
저수지 열심히 걷고..
후반들어서는 신랑한테 회음부맛사지도 해달라고 해서 그것도 열심히 했다.
하루하루.. 나랑 여보랑 현지랑 다같이 샛별이를 맞이하는 장면이 점점 진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셋이 샛별이를 맞이하고 샛별이는 내 가슴에 눕고.. 사진찌고.. 오호호.. 너무너무 행복해서 그 장면을 상상할때마다 너무 즐거웠다. 기대가 만땅되었지.
아.. 너무 길게 쓰는건가.. ㅋㅋㅋ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현지올시간이네..
(2013.10.08)